학점은행제로 미국대학원 입학이 가능한가요?

1. 평생교육원에서 이수한 과목은 선수과목으로 인정 불가

우선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절대로 없음을 서두에 밝힙니다. 한국에서 방송통신대학교, 사이버대학교, 학점은행제를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는 모두 법적으로 한국 4년제 대학에서 취득한 학사학위와 동일한 학력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미국대학원의 입학사정관이나 교수진이 대학원생을 선발할 때 어떻게 적용이 될까요?

지난 경험에 따르면, 방송통신대학교는 영어로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라는 대학명으로 성적표가 발행되므로 정식 4년제 대학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학점은행제는 영어로 성적표를 떼보면 대학명이 Credit Bank System, National Institute of Lifelong Education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Lifelong Education이라는 용어는 평생교육원이라는 의미인데, 미국대학원 중 평생교육원(School of Continuing Education)에서 이수한 학점은 정규 대학교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전부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님)

2. 미국대학원 입시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움

함께 연구를 이끌어갈 대학원생을 선발해야 하는 미국대학원 교수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학교 캠퍼스와 강의실이라는 환경에서 다른 학우들과 의사소통하며 프로젝트, 조별과제, 프레젠테이션 등을 경험한 학생과, 학점은행제를 통해 원격으로 대학교 학점을 이수한 학생 중 어느 학생을 TA/RA 포지션에 뽑을까요? 대학원생은 종종 펀딩 때문에 TA/RA 포지션을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미국대학원은 반드시 캠퍼스 환경에서 직접 수강한 과목들만 선수과목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있거나, 생물/화학/물리 등 기초과목들은 반드시 랩 실습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이러한 경우, 학점은행제 성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상위권 대학에 입학해서, 4년 동안 대학에서 다른 학부생들과 경쟁하면서 대학원 입학을 준비한 학생이랑, 학점은행제 출신이 동일 선상에서 입시 경쟁을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3. 교수님 추천서의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음

미국대학원에 지원할 때 필요한 서류 중 추천서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실텐데요, 보통 교수님 추천서 3부 내지는 교수님 추천서 2부 + 직장상사 추천서 1부를 요구합니다. 미국대학원의 추천서 제출 방법은 교수님의 이메일 주소로 추천서 양식이 전달되면, 교수님께서 학생을 위해 직접 추천서를 업로드 해주시거나 온라인 상에서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문제는 교수님의 이메일 도메인이 ‘ac.kr’ 또는 ‘.edu’로 끝나는 교육기관의 공식 이메일이 아닌 ‘naver.com’ 또는 ‘gmail.com’ 같은 개인 이메일을 통해 추천서를 제출하시는 경우 공신력있는 추천서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상사 추천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한 분들은 교수진이 실제 대학에 재직 중인 경우가 많지 않아요. 또한, 교육훈련기관(평생교육원)의 대부분이 대학교가 아니라 학원들이 많아서 대학원 입학을 위해 추천서를 요청하면 어리둥절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떤 교육훈련기관은 대학원용 추천서 발급이 가능하다는 문구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발급된 추천서의 공신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4.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도 합격은 별개의 문제

결론적으로, 학점은행제로 취득한 학위가 미국대학원에서 인정되느냐는 질문은 예 또는 아니오로 확실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지원하시려는 대학원 입학처나 해당 단과대에 직접 문의하셔야 하며, 저희가 대신 알아봐 드리는 것은 유료 컨설팅을 맡겨주셔야 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그리고,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으시더라도 합격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학원은 고도의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으나, 한국에서 학점은행제 또는 사이버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분들이 최고급 수준의 영어를 요구하는 미국대학원에서 성공적으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논문을 쓰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논문을 요구하지 않는 코스웍 위주의 석사과정이면 조금 나을 수 있겠습니다. (무시하려는 의도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잖아요)

석사를 넘어서 박사까지 생각하실 정도로 학문 추구에 깊은 뜻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대학의 학부에 세컨 디그리(Second Degree) 학생으로 입학하는 방향을 고려해보세요. 미국대학 캠퍼스에서 직접 학업적인 백그라운드를 갖춤으로써 대학원에서의 수학능력(Scholastic Ability)과 영어 능력을 증명한다면, 다른 대학원 지원자들에 비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